<유령 다리> (The Ghost with Legs)

2025. 7. 18 - 8.10 

컷더케이크(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25길 131, 2층)


유령은 다리가 없다. 무게 없이 형체만 남은 채 공간을 유유히 떠다닌다. 그렇게 벽을 넘나들고 문턱을 무시하며 이 세계의 물리적 지형을 가볍게 초월한다. 유령에게 없는 다리는 가장 물질적인 신체의 일부다. 땅을 향하는 힘을 지탱하고 바닥 면을 딛게 하며, 방향을 바꾸고, 앉거나 설 수 있게 한다. 물리적 기반과 맞닿는 다리는 결국 이 세계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행위와 연결되어 있다.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인 유령과 가장 현실적인 신체인 다리, 전시는 다리를 가진 유령이라는 모순적인 상상에서 출발한다.


백주용은 달리는 다리의 모습을 익살스럽고 과장된 형태로 표현한다. 테이블, 스툴, 벤치같이 실제 앉을 수 있는 실용적인 가구들은 그의 손에서 재빠르게 달리고 성큼성큼 걷는, 의인화된 존재로 변한다. 안정성과 무게를 전제로 한 가구에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가벼운 움직임을 불어넣은 작업은 실용성과 조형성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여기서 사물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생기 있는 animated 존재가 된다. 


이예란은 하얀 유령 형체를 통해 노동에 잠식된 자아를 그린다. 일회적이고 대체 가능한 존재를 가벼운 유령의 모습으로 표현하며, 그들을 게임과 같은 비현실적인 상황에 배치한다. 이들이 주고받는 빈 말풍선과 열리지 않은 편지, 열쇠는 끊임없이 퀘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노동하는 존재의 서사를 떠올리게 한다. 실체 없이 스쳐 지나가는 유령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물리적 경계를 초월하지 못한 채, 현대사회의 소모적 구조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백주용의 날렵하게 움직이는 '다리'와 이예란의 껍데기만 남은 '유령'은 우리를 지탱하는 현실의 구조와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상상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기능성 사물에 만화적 상상력을 불어넣어 생명을 부여하고, 목적을 잃은 존재의 소모됨을 유령의 형상으로 그려냄으로써, 두 작가는 기능과 존재, 중력과 탈주,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지점에 닿는다. 끊임없이 탈주를 꿈꾸고,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 채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는 그 과정 속에서 대안적 세계를 상상하는 존재로서의 우리-'유령의 다리'는 어쩌면 그런 존재의 은유일지도 모른다.


글. 컷더케이크 

참여작가: 백주용, 이예란

디자인: 김수연

설치: 홍앤장 예술사무소

사진: 스튜디오 오실로스코프

주최/주관: 컷더 케이크

후원: 주식회사 박미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