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1. - 06.22
기획: 이유민
후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현재의 좌표에 위치한 예술가는 어떠한 사람인가.
작가는 작업 활동과 생계유지를 위해 또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전업 작가는 인물은 이 시기에 와서는 찾아보기 힘든 케이스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비슷할지언정, 작가는 하나의 납작한 면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예술가는 예술가로 남기 위해 많은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는 재화 가치가 분명한 노동과 재화로 교환이 불분명한 노동 사이의 괴리를 느낀다. 대부분의 작가는 창작 활동이 아닌 다른 경제활동은 어렵지 않게 수익을 거둬낸다. 하지만 작품 활동으로 만들어내는 생산물은 쉽게 재화로 거래되지 않는다. 마르크스가 표현한 바에 따르면 모든 상품들은 공통적으로 하나의 가치, 즉 그들의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실체를 갖는다. 그리고 이 실체는 '추상적인 노동의 양'이다. 그리고 그 상품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등가물'인 일정한 금액에 의해 표현된다.
하지만 이러한 등가교환은 미술품에서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를 표면적으로 살펴보자면, 노동력의 방향성이다. 생산품들의 용도는 의식주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거래는 쉽게 이루어진다. 단도직입적으로 미술품은 의식주에게서 필요조건이 아니다. 작가는 지금 현시점에서 어떠한 태도로 자리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미끄러운 길에서 자세를 낮추시오.>는 미술 노동자로서 작가는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주목한다.
npc# 시리즈는 작가가 창작과는 거리가 먼 단순하지만 재화 가치가 있는 노동을 할 때의 심리적 전이에 관한 작업이다. 작가는 이 노동을 통해 작가는 인식이 사라짐과 동시에 자신의 존재가 중심에서 변두리로 이동하는 현상을 겪는다. 흔히 게임에서 말하는 npc*를 체험하는 것이다. 판넬 위에는 가열된 영수증이 병렬된다. 패턴처럼 펼쳐진 영수증위로 명명되지 못한 인물들이 존재한다. 자본의 증거인 영수증 위로 나타난 인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퀘스트는 작가가 관객에게 던진 말 그대로의 퀘스트이다. 작품은 3개의 수수께끼가 담겨있는 usb와 그 문제를 열어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그리고 내부가 잘 보이지 않은, 자물쇠로 잠긴 상부장 하나로 이루어진다. 관람자는 안내를 확인하고 usb에 담긴 문제를 풀어간다. 관람은 수고스럽게 문제들을 풀고 조합하여 답을 도출한다. 그렇게 확실하지 않은 보상을 향해서 나아간다. 이러한 문제풀이 과정을 통해서 작가는 미술 노동자가 수행하는 창작의 과정을 비유한다. 만약 답을 정확히 풀어내지 못해 작품의 일부가 들어있는 상부장을 열지 못하더라도 작업은 관객의 노동으로 인해 완성된다.
*npc/non-player character: 플레이어 이외의 캐릭터, 플레이어가 조정할 수 없는 캐릭터
글. 이예란
* 퀘스트 작업 속 3개의 수수께끼. 답을 조합하면 건너편의 상부장을 열수 있었다.